최근 이재명 대통령은 고용노동부 장관으로 사상 처음 민주노총 출신 인사를 지명했다.
이는 앞으로 정부가 “노동 존중 사회 구현”을 국가적 과제로 인식할 것이라는 상징적 조치로서, 지방자치단체 역시 이에 발맞추어 노동자들의 실제 삶의 질과 직결된 근로 환경과 처우개선에 선도적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 여수시 환경미화원들이 처한 현실과 노동환경 개선의 필요성에 대해 짚어보고자 한다.
현재 여수시에는 약 275명의 환경미화원이 새벽어둠 속에서 하루를 시작하며, 무거운 청소도구를 들고 주 6일을 거리 위에서 시민의 쾌적한 생활을 책임지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노동은 종종 '보이지 않는 노동'으로 취급되며, 정당한 평가와 안전한 환경, 지속가능한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정책적 논의의 과정에서는 여전히 소외되어 있다.
실제로 최근 5년간 전국 환경미화원 중 업무 중 사망한 사례는 598건에 달하며, 이 중 39%는 과로사로 추정된다. 또한 동일 기간 중 발생한 추락사고 산재 신청 건수는 507건으로, 이는 같은 기간 소방관보다 높은 수준이다.
우리 여수시의 경우도 장시간 근로와 새벽작업 중심의 구조, 인력구성, 그리고 스마트한 장비 부족 등의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한해 평균 20건 정도로 환경미화원의 산재가 접수되고 있다.
선진국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을까? 일본 도쿄도는 환경미화원을 공무원 신분으로 정규 채용하여 사회적 지위와 안정성을 보장하고 있으며, 정시 퇴근과 적절한 작업량 배분을 제도화하고 있다. 독일 베를린시는 미화원에게 정기 건강검진과 심리 상담을 제공하며, 안전 장비 착용을 의무화함으로써 작업 중 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였다. 미국 샌프란시스코는 환경미화원을 도시 서비스 혁신 파트너로 인정하고, 그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업무 구역 재설정, 장비 개선, 휴게시설 강화 등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러한 제도적 시스템 개선 못지않게 선진국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청소노동자들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 전환이다. 예를 들어 프랑스 파리에서는 환경미화원이 파업을 하면 시민들이 ‘청소노동자 없이는 도시도 없다’는 피켓을 들고 지지 시위를 벌인다.
이와 같은 연대는 가능한 이유는 교육 및 문화적 차원에서 캠페인과, 환경미화원의 노동 실태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공영방송에서 방영하는 등 공감대를 확산시키려는 정책적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 베를린 시민들은 환경미화원을 '도시 설계자'라 부르며 감사 편지를 보내고, 일본은 환경미화원을 '생활 파트너'로 존중하는 문화가 형성되어 있는데, 이와 같은 도시들은 학교들을 대상으로 ‘청소 현장 체험의 날’ 운영, 지역 축제와 연계한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등 쓰레기 배출 책임과 노동의 가치에 대한 교육을 병행하며, 아동기부터 존중과 공공의식을 함양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반면, 한국에서는 아직까지 환경미화원을 ‘보이지 않는 노동자’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 2023년 서울시 공공인식 조사에 따르면 환경미화원을 필수노동자로 인식한 비율은 41%에 불과했다. 이는 간호사(89%), 소방관(92%)과는 현저히 다른 수치다.
한마디로, 쓰레기 문제를 선진국들은 '공공 위생과 도시 품격을 지키는 시민의 공동 책임'으로 보며, 분리배출과 수거 시간 준수 등을 철저히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환경미화원”들만의 업무 정도로 여겨지며, 쓰레기 배출에 대한 시민 책임 의식이 상대적으로 낮다.
이재명 정부와 함께 환경미화원에 대한 인식 전환과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우리 여수시가 지방자치단체로서 방향을 정하고 과감한 정책적 변화를 시도했으면 한다. 이들의 삶을 바꾸는 노력이 곧 여수시가 존중받는 도시로 거듭나는 길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