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례향제줄풍류는 전남 구례에서 율객들이 모여 연주하고 전승하는 줄풍류를 의미하며 국립국악원 중심의 서울지역 줄풍류에 대한 상대적 의미로 향제라는 말을 붙인다.
율객 혹은 풍류객은 악공, 악사, 재인 등의 전문음악인들이 아니라 음악적 실기 능력과 시서화의 교양을 아울러 지니는 민간 예능 동호인을 말한다. 이들은 풍류방이라는 공간에서 교유하면서 풍류를 즐기고 후학을 양성하였으며 경제적 능력이 있는 회원은 장소제공 및 재정적 후원을 마다하지 않았다. 구례에는 김형석金炯奭의 절골풍류방이 대표적이다.
풍류방에서 율객들은 당시 지식층에서 즐기고 배우던 정악正樂을 연주했는데 대표적인 음악이 줄풍류다. 줄풍류의 줄은 현악기의 현을 의미하며, 현악기를 위주로 특히 거문고를 중심으로 연주하는 현악영산회상을 줄풍류라고 말한다. 이때의 풍류는 동아시아 미학의 근원으로 자리하고 있는 종교적 심미적 의미뿐만 아니라 음악 자체를 뜻한다.
줄풍류는 전문음악인들이 관객에게 들려주기 위해서 연주하는 음악이 아니라, 성어악成於樂을 내세우며 인격을 수양하기 위한 목적으로 선비들이 수용한 음악이요, 조용한 방에서 연주하는 방중악(실내악)이다. 낙이불음樂而不淫 애이불상哀而不傷의 흐름 속에서 민속악에서 보이는 인간의 칠정七情을 자극하는 기교적 선율적 요소가 없이 음의 높낮이와 속도, 감정표현이 적절히 절제된 긴 호흡과 담박한 선율로 이루어져 있다.
구례향제줄풍류는 죽신竹神이라 불리던 전설적인 풍류명인 추산秋山 전용선全用先이 백경 김무규金茂圭의 선친인 김형석金炯奭의 절골풍류방에서 지낼 때 보급한 가락을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일제강점기와 급격한 현대화 과정을 거치며 타지역의 줄풍류는 사라졌으나, 구례줄풍류는 천여 년을 이어온 우리 음악, 타지방과는 차별화된 선율 등의 가치가 인정되어서 1985년 9월 1일 전북 이리 지역의 줄풍류등과 ‘중요무형문화재 제83호 향제줄풍류’로 지정되었다. 그 뒤 구례지방에 전승되는 줄풍류를 ‘중요무형문화재 제83-가호’로 분리 지정하였으며 현재는 ‘국가무형유산 구례향제줄풍류’로 바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