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시가 COP33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COP33은 2028년 개최가 논의되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로, 전 세계가 기후위기 대응과 온실가스 감축 전략을 논의하는 국제사회의 핵심 무대다.
COP33 유치를 선언한다는 것은 경제효과를 넘어, 도시가 스스로 기후 책임과 지속가능성의 기준을 실천으로 증명하겠다는 약속이다. 4년 전 COP28 유치 과정에서의 아픈 경험을 떠올린다면, 이번 논의는 더욱 성찰적으로 다뤄져야 한다.
최근 지역에 추진 중인 LNG 발전소 증설 논의도 이 문제와 맞닿아 있다. 이는 단순한 설비 확충을 넘어 그동안 드러난 기업의 태도와 책임 의식, 지역사회와의 관계를 되묻는 계기가 되고 있다. 주민들이 지적하는 불신의 배경 역시 분명하다.
과거 해당 기업은 대기오염물질 배출 수치를 조작한 사건으로 지역사회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그 과정에서 시민의 건강과 환경이 후 순위로 밀려났다는 비판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이후에도 약속이 충분히 이행되지 못하고, 중요한 의사결정이 일방적 통보 방식으로 진행돼 왔다는 지적 역시 반복됐다. 이런 경험이 누적되며, 주민들 사이에는 “더 이상 믿기 어렵다”는 구조적 불신이 자리 잡게 되었다.
그럼에도 기업은 ‘ESG 경영’과 ‘지역 상생’을 강조한다. 그러나 주민이 체감하는 현실은 다르다. 약속은 선언에 머물고, 현장에서 확인되는 것은 책임 회피와 소통 부재라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친환경 LNG’라는 표현을 내세우는 것은 현실을 미화하고 위험을 축소하는 홍보로 비칠 수밖에 없다.
특히 이번 발전소 건립이 단발성 사업으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도 우려된다. 한 곳에 허용 기준이 만들어지면, 이후 추가 발전소가 연쇄적으로 추진되며 사실상의 ‘난립 구조’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환경 부담과 건강 위험, 교통·소음 문제, 지역사회 갈등이 함께 확대될 가능성 역시 결코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이러한 부작용을 사전에 통제할 제도적 장치와 사회적 합의 없이 사업이 추진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물론 이 문제를 특정 기업의 문제로만 한정할 수는 없다. 여수 국가산단과 지역사회 사이에 누적된 정보 비대칭, 환경·건강 영향에 대한 불안, 행정의 중재 기능 부족이 함께 드러난 결과이기 때문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갈등 확대가 아니라, 투명한 정보 공개와 실질적 주민 참여, 미래 산업 정책을 함께 논의하는 공론 구조를 정비하는 일이다.
기업 역시 지역사회의 문제 제기를 신뢰 회복을 위한 정당한 요구로 받아들이고, 더 성실한 설명과 책임 있는 소통으로 논의에 참여해야 한다. 이것은 압박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산업 구조를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다.
COP33 유치가 진정성을 갖기 위해서는 정책과 행정, 산업 운영 전반에서 일관된 선택이 확인되어야 한다. 기후 책임을 말하면서 동시에 화석연료 기반 발전소 증설을 추진한다면 여수가 내세운 탄소중립 등 미래 비전은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발전소는 다시 지을 수 있지만, 무너진 신뢰와 훼손된 환경은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 여수가 진정으로 친환경·탄소중립 도시를 지향한다면, 필요한 것은 새로운 구호가 아니라 지금 이 자리에서 책임 있게 선택하고 일관되게 실천하는 과정이다. COP33의 명분 역시 그 위에서만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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