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권향엽 국회의원(순천광양곡성구례을·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은 이영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제22대 총선 출마를 앞두고 개최한 출판기념회에서 김건희 여사의 바쉐론 콘스탄틴 시계 수수 사건과 관련된 고스트로보틱스 로봇개를 소개했다고 10일 밝혔다.
이영 전 중기부 장관은 2020년 5월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제21대 국회에 입성했다. 2022년 5월 윤석열 정부 초대 중기부 장관으로 발탁됐고, 비례대표 의원은 장관 겸직을 하지 않는다는 관례에 따라 국회의원직은 사퇴했다. 2023년 12월에는 장관직을 내려놓고 2024년 1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출마선언보다 20일 앞선 2024년 1월 9일 이 전 장관은 출판기념회를 개최했다. 그 자리에 고스트로보틱스 로봇개가 이 전 장관의 책을 운반하며 등장했다. 로봇개는 이 전 장관 옆에서 재롱을 부리기도 했다. 이후 이 전 장관과 소프트웨어·IT·벤처기업 참석자들이 무대에 나란히 앉아있을 때 로봇개가 다시 나타났다. 이 전 장관은 로봇개가 짊어지고 온 자신의 책을 양옆의 참석자들에게 나누어줬다.
권향엽 의원은 지난 9월 23일과 26일 보도자료를 통해 바쉐론 시계와 고스트로보틱스 로봇개 간 대가성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대통령경호처의 로봇개 수의계약 체결과 중기부의 로봇개 행사 섭외가 김건희 여사에게 바쉐론 시계가 전달된 시점과 맞물려 있다는 내용이다.
중기부는 이영 전 장관 재직 당시인 2022년 8월 31일 동행축제 전야제와 9월 20~21일 한·미 스타트업 서밋 행사에 고스트로보틱스 로봇개를 섭외한 경위에 대해 명확히 밝히지 못하고 있다. 로봇개를 섭외하자는 의견을 낸 사람이 누구인지, 고스트로보틱스 측과 소통한 중기부 직원이 누구인지 한 달이 넘도록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 확인된 사실은 동행축제 전야제 당시 이영 전 장관이 무대 위에서 자신의 양옆을 지키고 있던 로봇개를 소개하며 “고스트로보틱스는 미국회사인데요, 관련해서 공동기술개발을 한국에서 진행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제조는 한국의 제조기업들이 할 것이구요, 추가적인 인공지능 기반의 개발도 카이스트 팀에서 맡게 돼서 한국과 미국의 콜라보를 상징하기 때문에 오늘 함께했습니다”라고 말한 내용이 당시 개막선언문 초안에는 없었다는 점이다. 이 전 장관이 현장에서 직접 해당 내용을 추가했거나, 장관 비서실에서 추가했을 가능성이 있다. 업체와 긴밀하게 소통한 당사자가 행사 실무 라인이 아니라 장관 본인, 혹은 비서실 라인이었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한·미 스타트업 서밋 섭외와 관련해서는 중기부 답변서에 고스트로보틱스 한국지사 ‘백형욱 부사장과 소통했다’는 내용이 등장했다. 백 씨는 고스트로보틱스 한국지사인 ㈜고스트로보틱스테크놀로지의 대주주다. 하지만 중기부 답변과 달리, 당시 서밋 행사에 고스트로보틱스 미국 본사 대표를 섭외한 한국벤처투자 미국소장은 ‘(중기부 혹은 한국벤처투자 본사로부터)섭외 지시만 받고 연락처를 받지는 못해서 고스트로보틱스 미국 본사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이메일 주소로 연락해 섭외했다’고 의원실에 밝힌 바 있다. 답변서에 ‘백형욱’이라는 이름이 등장하게 된 경위에 대해 중기부의 추가적인 해명이 필요한 상황이다.
권향엽 의원은 “중기부 행사가 특정 로봇개 홍보행사로 변질됐다”고 지적하며 “‘로봇개 밀어주기’가 이영 전 장관의 지시에 의한 것인지, 김건희 여사나 윤석열 전 대통령의 개입이 있었는지 밝혀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김건희 특검은 고스트로보틱스가 대통령경호처, 중기부 이외에도 국가사업으로 특혜를 받은 부분이 있는지, 바쉐론 시계와의 연관성이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