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본부가 무료로 주는 국수도 맛있게 먹었잖아!’, ‘월성원자력본부가 경주시 지방세로 2,190억을 냈다지요?’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이 자체감사 결과 이른바 ‘꽁짜 국수’ 현수막 논란으로 물의를 빚은 월성원자력본부(이하 월성본부) 관련자 5명 중 4명은 경징계로, 1명은 경고로 처분 요구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을 조롱했다’는 비판을 받았던 사건의 심각성에 비해 사실상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권향엽 의원이 국정감사를 위해 한수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감사결과 처분요구서’에 따르면, 월성본부 본부장 A씨, 대외협력처장 B씨, 지역협력부장 C씨는 각각 ‘감봉’ 3개월, 2개월, 1개월 처분 요구를 받았고, 문안을 작성한 지역사회파트장 D씨는 ‘견책’을 요구받았다. 역시 문안을 작성한 지역협력부 담당직원 E씨는 징계를 면하고 ‘경고’를 요구받는 것에 그쳤다.
한수원은 이들이 “사회적 물의를 야기하여 우리 회사의 명예가 심각하게 실추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었다”며 「취업규칙」에 따른 ‘회사의 체면 또는 신용 손상’한 것으로 판단했다. 해당 조항의 징계양정은 ‘견책’에서 ‘해임’까지 가능하지만, 문안 작성자인 D씨는 가장 낮은 수준인 견책만 요구받았다. 또한, 상급 감독자의 책임을 가중하도록 하는 「징계양정기준에관한지침」에 따라 D씨의 상급자인 A씨, B씨, C씨 3명이 견책보다 높은 감봉을 처분 요구를 받았을 뿐이다. 감봉과 견책은 모두 경징계에 해당한다.
지난 9월15일 월성본부는 경주시 황성동과 대릉원 일대 주요 도로에 ‘무료국수 먹었잖아’ 등의 문구가 실린 현수막을 게시했으나, 시민들의 반발이 이어지자 약 1시간 반 뒤 철거 결정을 하고, 4시간 뒤 철거했다. 이후 21일 김민석 국무총리의 “너무 모욕적”이라는 지적이 있은 뒤에야, 한수원 사장 직무대행인 전대욱 경영부사장이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에 한수원은 지난 9월22일부터 26일까지 5일간 감사 인력 2명을 투입해 월성본부 현수막 게시 관련 업무처리 적정성 등을 확인하기 위한 실지감사를 시행했다. 한수원은 감사실 내부 검토를 거쳐 9월29일 상임감사위원의 결정으로 감사결과를 확정했다.
감사결과에 따르면, 월성본부 지역협력부는 지난 6월 직원들 의견을 모아 차장이 ‘2025년 월성본부 지역 수용성 제고 방안’ 문서를 작성했고, 7월3일 본부장, 대외협력처장 등에게 대면보고해 결재를 받았다. ‘차장 → 부장 → 처장 → 본부장’으로 이어지는 보고와 결재를 거친 것이다. 보고 당시 대외협력처장 B씨는 “사투리를 이용한 현수막 홍보는 참신하다”라는 의견을 평가했고, 본부장 A씨는 “적극적인 노력은 나쁘지 않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이번 사건은 일선 직원의 ‘단순한 일탈’이 아니라 공식 결재라인을 거친 월성본부의 ‘조직적 결정’이었다는 뜻이다.
아울러, 한수원은 원성본부로 하여금 ‘지역 수용성 제고 방안’ 문서를 작성하게 한 본사 기획본부 상생협력처에 대해 직접적인 연관관계가 확인되지 않고, 구체적인 지시 정황도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상생협력처에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하고 이행하라’고 통보했다.
앞서 국무총리실 관계자는 “한수원 자체 감사 결과를 지켜본 뒤 총리가 판단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권향엽 의원은 “주권자인 국민을 조롱한 현수막 뒤에 숨겨진 시혜적 인식이 심각하다”며 “한수원 지도부는 재발방지를 하겠다며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을 조롱하고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다면 재발방지가 되겠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권 의원은 "한수원은 체코원전을 팔겠다고 ‘영구적 노예계약’을 맺어 기술주권을 바쳤다는 국민적 비판에 직면해 있다”며 "그런 상황에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기업이 국민을 조롱했으니, 합당한 징계를 받아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끝/
붙임1 : 현수막 내용
붙임2 : 사건 주요 경위
붙임3 : 징계요구 양정
붙임4 : 징계양정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