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이하 코트라) 해외무역관 직원들이 최근 두 달 연속 직장 내 괴롭힘과 비위로 징계를 받았다. 특히, 강도 높은 인권침해 사건이 발생했음에도 지난 8월 감봉 1개월 경징계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코트라의 해외무역관이 인권의 사각지대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권향엽 의원(순천광양곡성구례을 지역구)이 국정감사를 위해 코트라로부터 제출받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코트라는 올해 8월과 9월, 해외무역관 소속 직원 2명에 대해 각각 징계를 의결했다. 지난 8월11일에는 1직급 직원 A씨가 직장 내 괴롭힘으로 감봉 처분을 받았고, 9월13일에는 4직급 직원 B씨가 회계 관련 비위로 해임됐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A씨는 피해자에게 폭언, 과도한 업무 지시, 야근‧주말근무 강요, 휴가사용 통제 등 인권침해 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코트라는 자체 신고센터를 통해 해당 사건의 신고를 접수한 뒤 조사에 착수했고, 징계사유가 명백하다고 판단했다. A씨는 경징계인 감봉 1개월 처분을 받았다.
B씨는 초과 지급한 용역비를 개인계좌로 환급받고, 용역비를 허위 지출한 후 개인계좌로 환급받는 방식의 회계 비위를 저질렀다. 일부는 아예 용역 미제공자 대상으로 용역비를 허위로 지출한 사실도 확인됐다. 코트라는 B씨를 해임에 처했다.
권향엽 의원은 “요즘 군대에서도 이렇게는 하지 않는다”며 “해외무역관은 섬처럼 폐쇄적인 환경이기 때문에 인권침해에 취약한 구조임과 동시에 국내의 감시망에서 벗어나 있어 회계 부정도 일어나기 쉬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권 의원은 “전 세계 무역관을 대상으로 이와 같은 사례가 없는지 전수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권향엽의원실이 제출받은 코트라 성비위 징계내역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성비위 징계 6건 중 67%인 4건이 경징계였고, 그 중 3건은 가장 낮은 수위의 징계인 견책이었다. 공무원의 징계 수위와 비교해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수치다.
인사혁신처로부터 제출받은 2019년부터 2023년까지 공무원 성비위 징계내역을 보면 73.5%가 중징계에 26.5%가 경징계였다. 가장 많은 비중은 정직(31.8%), 이어 해임(25.3%)순이었다.
또한, 코트라의 성비위 경징계 4건 중 3건은 해외무역관에서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신고와 조사 모두 취약한 해외 근무환경이 징계 수위에도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권 의원은 "해외에서 발생한 성비위 사건은 신고와 조사 모두 취약할 수 있다”며 "특히 피해자가 외국인 직원일 경우 더욱 신고가 어려울 수 있으니 코트라가 진출한 국가에서는 해당 국가 언어로 신고할 수 있도록 신고 채널을 넓혀 가야한다”고 강조했다.